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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함에서 발견한 빼어남
수수당
30여 년 전 청주에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최동화 작가는 공방과 갤러리를 열고, 직접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식당을 20년간 운영했다. 식당 문을 닫은 뒤 다시 흙을 만지기 시작했고 2020년 가족과 함께 작은 공예 공간 수수당을 열었다. ‘빼어날 수(秀)’를 두 번 쓴 이름 아래 모이는 것은 의외로 화려한 물건이 아니다. 매일 편하게 쓸 수 있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릇과 차 도구, 작가의 손을 거친 사물들이다. 청주에서 공예와 함께 살아온 긴 시간은 수수당이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기준이 되었다.
수수당
청주에서 도예 작업을 이어온 최동화 작가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공예 공간. 1990년대 초 통한공방을 시작으로 공방과 갤러리, 식당을 운영하며 도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일을 이어왔 다. 2020년 문을 연 수수당에서는 자체 제작한 생활 도자와 차 도구를 비롯해 여러 작가의 공예품을 소개한다. 트렌드보다 쓰임새와 만듦새를 살피고, 사용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활에 맞는 새로운 쓰임을 발견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른다. 현재 청주 운천동을 기반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이며 공예를 보고 사용하는 여러 방식을 나누고 있다.
“쓰임은 보고 상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Q. 1990년대 초부터 ‘통한공방’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도예 작업을 이어오셨습니다. 2020년 새로운 공간인 수 수당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수수당은 가족 모두가 함께 아이디어를 낸 공간이에요. 남편과 저는 공예과에서 만나 결혼했고, 공예 클래스와 생활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과 갤러리를 운영했어요. 이후에는 우리가 만든 그릇에 정갈한 음식을 담아 보여주는 식당을 20년 동안 꾸렸고요. 코로나19로 식당을 접으면서 생긴 빈 시간과 울적한 마음을 달래다 보니 다시 흙을 만지는 자리로 돌아오게 됐어요. 마침 인테리어를 하는 사위가 작은 공간을 꾸며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가족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소개하기 시작했죠. 오랜 세월 도자기를 사용하면서 좋은 그릇 하나가 일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작은 컵에 마시는 차 한 잔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 사물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Q. ‘수수당’은 ‘빼어날 수(秀)’를 두 번 쓴 이름입니다. 소박한 느낌의 ‘수수하다’와도 묘하게 겹쳐 읽히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으셨나요?
빼어날 수(秀)를 두 번 써서 ‘빼어나고 빼어난 것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았어요. 저희는 오랜 시간 작가들의 감각이 담긴 도자기를 사용하면서 그것들이 일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해주는지 경험해왔어요. 때로는 작은 컵에 마시는 차 한 잔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일상을 빛내주는 사물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저도 그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죠.
Q.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작가이면서 다른 공예가의 작품을 고르고 소개합니다. 수수당에 들일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요?
트렌드보다 쓰임새와 만듦새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매일 생활의 한 조각을 함께할 기물이니 조금 더 가벼운 것, 여러 가지 쓰임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을 고르려고 하죠. 남편이 차를 굉장히 좋아해서 보이차를 컨테이너로 들여올 정도였어요. 집에는 차판부터 자사호, 다완, 차선, 찻잔까지 다양한 차 도구가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제대로 갖춰 차를 마시다 보면 차를 마시기도 전에 제가 먼저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수수당에서는 꼭 필요한 도구부터 고르고, 찻자리를 조금 더 꾸미고 싶을 때 하나씩 더할 수 있는 기물을 소개해요. 제가 도자기를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Q. 수수당에서는 전시와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대표님에게 공예를 ‘쓰는 일’과 ‘보는 일’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제가 항상 고민하는 질문이에요. 저는 쓰는 일이 감상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보고 마음에 들어야 쓰임도 고민하게 되니까요. 작가는 오브제로 만들었어도 누군가는 명상을 위한 물건으로 쓰고, 소중한 액세서리를 담거나 아이의 간식, 반려동물을 위한 그릇으로 사용할 수도 있죠. 쓰임은 보고 상상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수당에서도 작가가 정성 들여 만든 기물을 충분히 감상하고 새로운 쓰임을 찾아볼 수 있도록 전시와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있습니다.
Q. 올해 4월 운천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작은 공간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수수당은 아주 협소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사위가 디자인하면서 작은 공간 안에서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많이 고민했어요. 어릴 적 다락방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을 찾거나 여행 중 아주 작은 가게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재미가 있잖아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안에서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서로 다른 작가의 도자와 공예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수수당만의 디스플레이 기준이 있나요?
쓰임에 따라 나누기보다 컬러와 질감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편이에요. 수수당을 찾는 분들도 쓰임과 감상 사이를 고민하다가 두 가지를 함께 충족하는 물건을 고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좁은 공간 안에서 각자의 취향을 따라 눈을 움직이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배치하려고 합니다.
“거창한 것은 없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파도를 만드는 거죠.
수수당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 청주는 오랫동안 공예비엔날레가 열려온 도시입니다. 청주에서 공예가로 활동하며 지켜본 이 지역의 공예 문화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는 저도 청주를 정말 ‘공예의 도시’라고 할 만한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작은 공방을 열고 클래스를 만들고, 마켓을 열거나 서로 교류하는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청주라고 하면 직지나 무형유산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의 기준과 취향을 가지고 공예로 일상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청주의 공예 문화를 표현한다면 ‘작은 움직임’이라고 하고 싶어요. 거창한 것은 없지만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파도를 만드는 거죠. 수수당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운천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롭게 발견한 청주의 모습도 있었나요?
이곳으로 옮기면서 주변의 작은 공방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유리, 도자, 금속 공방이 있고 가까이에는 청주시금속활자무형유산전수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도 있어요. 청주에 오래 살면서도 예전에는 고인쇄박물관이나 흥덕사지를 직지심체요절을 알리는 곳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젊은 작 가들이 운영하는 공방이 가득하더라고요. 시대를 넘나드는 공예 문화가 운천동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그 길을 산책하다가 ‘또 어떤 도시에 이렇게 15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공예 거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금속활자무형유산전수관: 우리나라 전통 금속활자 제작 기술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건립된 공간.
Q. 내 브랜드와 공간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수수함’이 아닐까 싶어요. 청주는 서울이나 부산, 경주처럼 화려하고 특색이 강한 도시는 아니에요. 하지만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고 조용하면서 은근한 멋이 있는 도시죠. 매일을 살아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수수당도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통한공방이라는, 통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봐주던 공간에서 시작해 이제는 수려하지 않아도 멋진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수수당이 됐어요. 30년을 이어오다 보니 수수당이 가진 수수한 멋도 이 지역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를 먼저 알고 나서 ‘ 알고 보니 이 지역에서 시작했구나’ 하고
지역까지 함께 알게 되는 브랜드가 좋은 로컬 브랜드 아닐까요.”
Q. 그렇다면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로컬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희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물렀지만 지역을 중심으로만 활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청주를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하죠. 1990년대에는 서울의 호텔에도 납품했고 최근에는 대만 백화점과 차 도구 팝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좋은 로컬 브랜드도 지역에 국한되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먼저 알고 나서 ‘알고 보니 이 지역에서 시작했구나’ 하고 지역까지 함께 알게 되는 브랜드가 좋은 로컬 브랜드 아닐까요.
Q. 이번 <에딧 뎁트: 네오 로컬>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기획 취지 가운데 가장 공감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네오 로컬’이라는 단어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지역색이라고 하면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때도 있지만 지역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잖아요. 그것을 새롭게 풀어가는 브랜드들이 새로운 관람객에게 공감을 얻고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 청주의 작은 공간에서 공예가와 작품을 소개해온 수수당이 이번에는 백화점에서 새로운 관람객을 만납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청주에서 30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고 클래스도 하고, 제가 만든 도자기로 식당도 운영해봤어요. 그러다 다시 수수당이라는 공간을 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었죠. 이번에는 처음 만나는 분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읽어줄지가 궁금해요. 이 새로운 흐름에 예순이 넘은 제가 편승해봐도 될까 하는 마음에 설레기도 하고요.
Q. 이번 팝업에서 특히 눈여겨봤으면 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만든 생활 도자 시리즈와 싱가포르 도예가 알빈 웡(Alvin Ng)의 다완 시리즈를 소개할 예정이에요. 알빈 웡은 디자이너 출신으로 차 문화에 빠져 직업적으로 도자기를 만든 지 10년 가까이 된 작가예요. 다완을 잡았을 때 손에 감기는 느낌이 아주 좋고 장작가마를 고집합니다. 그래서 선명한 색을 입힌 도자와 달리 장작가마 안에서 나무와 불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빛깔을 가지고 있어요. 말차를 좋아해 주로 말차용 다완을 만드는데, 쓰임은 또 각자의 일상에 맞게 찾아가는 거잖아요. 저는 여기에 죽을 담아 먹기도 해요. 그러면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Q. 통한공방에서 수수당까지 오랜 시간 공예와 함께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소개하고 싶은 공예는 어떤 모습인가요?
수수당에서 저마다 자기 일상의 한 조각으로 담아가고 싶은 공예를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매일을 함께할 수 있는 공예품을 계속 소개하고 싶어요.
Maker's Pick
백자 플레이트

수수당이 직접 만든 티타임에는 다구를 올리는 받침으로, 식사할 때는 테이블 매트처럼 쓸 수 있고 간식을 바로 올려도 된다. 최동화 작가 가족도 평소 식탁 위에 두고 자주 사용한다. 행주로 닦을 수 있어 관리가 편하고, 쓰는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점도 수수당이 공예를 바라보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한 가지 쓰임으로 규정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각자의 용도를 찾아가는 물건이다.
<Edit Dept: NEO LOCAL POP UP> COMING SOON!
다가오는 9월, 수수당을
<Edit Dept - NEO LOCAL POP-UP> 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26.9.17 - 30, 더현대 서울 POP-UP ICONIC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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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xiuxiudang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𝗘𝗱𝗶𝘁 Seulgi Lee
수수함에서 발견한 빼어남
수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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