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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에 알맞은 꼴을 찾아서
공예가
책을 감싸고, 물건을 담고, 흩어진 도구를 정리한다. 공예가가 만드는 것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 곁에 놓이는 물건들이다. 시작점에는 실제 생활이 있다. 기존 물건을 사용하다 발견한 불편함을 살피고 직접 샘플을 만들어 써본 뒤 필요한 기능을 더하거나 덜어내며 형태를 정한다. 2017년부터 만들어온 ‘쓰임 북커버’ 역시 책마다 다른 두께에 맞출 수 있는 조절 날개와 펜꽂이, 가름끈처럼 책을 읽고 들고 다니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담아왔다. ‘비어 있는 자리에 필요한 물건을 채운다’는 뜻을 이름에 담은 공예가 김대홍 · 권영미 대표에게 오래 곁에 두고 잘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 법을 물었다.

공예가
일상의 필요와 쓰임에서 출발해 북커버와 가방, 파우치, 책갈피, 도구집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 직접 샘플을 만들고 사용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더하고 덜어내며 제품의 형태를 정한다. 브랜드명의 ‘공’은 빌 공(空)을 뜻하며 ‘비어 있는 자리에 필요한 물건을 채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에 작업실을 두고 주변의 출판사와 창작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어 있는 자리에 필요한 물건을 채운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름이에요. 동시에 ‘공예가’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Q. 공예가는 2017년부터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만들어왔습니다.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두 분이 생각했던 ‘잘 쓰이는 물건’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처음부터 ‘쓰임’이라는 말을 정해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만드는 기준은 지금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보기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자주 쓰이고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고, 쓰다 보면 계속 찾게 되는 물건을 ‘잘 쓰이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공예가’의 ‘공’은 빌 공(空)을 뜻한다고요.
비어 있는 자리에 필요한 물건을 채운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름이에요. 동시에 ‘공예가’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공예가가 가지고 있는 쓰임을 디자인 제품에 적용하고 싶었고요. 저희는 디자인과 제작을 완전히 나누기보다 직접 원단을 만지고 만들어보면서 형태를 정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저희의 작업 과정과도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공예가는 ‘용도에 알맞은 꼴’을 찾기 위해 직접 샘플을 만들고 사용하면서 필요한 요소를 더하거나 덜어냅니다. 처음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기능이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결국 실제로 사용할 때 필요한가를 가장 많이 생각합니다. 주머니 하나를 추가하더라도 정말 자주 쓰일지, 오히려 사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계속 확인해요. 직접 샘플을 만들어 사용해보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가 막상 써보면 없어도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불편함이 발견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사용해보면서 하나씩 더하고 빼며 형태를 정합니다.
“잘 쓰이고 있는 물건이라면 굳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Q. 대표 제품인 ‘쓰임 북커버’에는 책 두께에 맞춰 조절하는 날개부터 발수 가공된 캔버스 원단, 펜꽂이와 가름끈까지 실제 독서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북커버를 처음 만들면서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불편함은 무엇이었나요?
책마다 두께가 다른데 기존 북커버는 정해진 크기의 책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여러 권의 책에 하나의 북커버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 두께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조절 날개를 만들었고, 책을 들고 다닐 때의 촉감과 표지가 쉽게 더러워지거나 젖는 것을 줄이기 위해 발수 가공된 캔버스 원단을 사용했습니다. 책을 보호하면서 읽을 때도 불편하지 않은 형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읽다가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때를 위해 펜 한 자루를 수납할 수 있는 펜꽂이도 더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능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크게 드러나지 않도록 단추구멍 형태로 디자인했어요. 별도의 책갈피를 챙기지 않아도 되도록 가름끈을 북커버에 함께 달았고 다양한 두께의 책에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밴드를 적용했습니다.

Q. 하나의 제품을 색상과 디테일을 바꿔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이유가 있나요?
잘 쓰이고 있는 물건이라면 굳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랫동안 만들고 판매하다 보면 사용하는 분들의 의견도 듣게 되고 저희도 계속 사용하면서 조금씩 보완할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유지하면서 책의 크기나 사용하는 환경에 맞춰 선택지를 넓혀가는 편이에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만드는 것만큼 기존 제품을 오래 유지하고 다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공예가의 제품에서 색은 어떤 역할을 하며 새로운 색을 정할 때는 무엇을 살피나요?
형태가 간결한 만큼 색이 제품의 인상을 많이 결정하는 편이에요. 가령 같은 북커버라도 색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나기 때문에 형태를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색을 정할 때는 한순간 눈에 띄는 색도 사용하지만 오래 사용할 때도 질리지 않는지를 우선적으로 봅니다. 기존 색들과 함께 놓았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도 중요하고요. 실제로 보이는 색과 소재의 질감도 함께 살펴봅니다.

Q. 협업에서도 ‘쓰임’은 중요한 기준인가요?
협업에서도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실제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가 하는 점이에요. 그림이나 그래픽을 제품 위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이 제품의 형태와 쓰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랍니다. 공예가는 물건의 구조와 쓰임을 먼저 정리하고 그 위에 다른 창작자의 작업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요. 서로의 특징을 억지로 섞기보다 각자의 역할과 강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협업을 지향하고요. 그래서 협업에서는 서로의 역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편입니다. 진행 방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고 구현에 무리가 없다면 협업 파트너의 의견을 믿고 맡기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곳에서 꾸준히 일하고 주변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로컬 브랜드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Q. 브랜드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 작업실이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책과 출판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저희도 북커버를 비롯해 책과 관련된 제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파주로 작업실을 옮긴 뒤에는 주변의 출판사나 창작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었고 함께 작업할 기회도 많아졌어요. 특정한 지역의 이미지를 제품에 직접 담기보다는 이곳에서 만나고 일하는 관계들이 조금씩 브랜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예가가 생각하는 ‘좋은 로컬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인가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곳에서 꾸준히 일하고 주변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로컬 브랜드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에서 만들고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자연스럽게 제품과 활동에 쌓여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파주에서 계속 작업하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늘려가고 싶어요.

Q. 이번 <에딧 뎁트: 네오 로컬>에서는 ‘쓰임 북커버’를 비롯해 공예가가 꾸준히 만들어온 여러 제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합니다. 이번 구성을 통해 처음 공예가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공예가가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만드는지 보여줄 수 있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쓰임 북커버’는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온 제품이라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쓰임’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책과 함께 사용하는 제품과 ‘작업가의 도구’ 시리즈를 함께 소개하면서 공예가의 물건이 각자의 일상과 작업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오랫동안 만들어온 쓰임 북커버에서 달라진 것과 그대로인 것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판형의 책에 맞춰 크기를 변주해왔고 색과 소재도 조금씩 확장해왔는데요. 사용하면서 발견한 불편한 점은 꾸준히 개선했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부자재를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여러 권의 책에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책 두께에 맞춰 조절하는 기본 구조는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하나의 북커버를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처음의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또한 책과 함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하나씩 오래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도 저희에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공예가의 제품에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직접 사용하면서 알게 되는 기능과 구조가 많습니다. 이번 팝업에서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해보는 사람들이 새롭게 발견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기능과 구조가 실제 생활에서는 꽤 큰 편리함이 되기도 해요. 북백의 필통 주머니가 여밈 장치가 되거나 도구집 안쪽의 작은 주머니가 물건을 나누어 담는 데 쓰이는 것처럼요. 직접 써보면서 왜 이런 크기와 구조로 만들었는지 발견해보셨으면 합니다. 한편으로는 저희가 정해둔 방식과 다르게 사용해보셔도 좋고요. 하나의 북커버에 여러 권의 책을 담기도 하고 도구집에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물건을 넣기도 합니다. 연결상자 역시 공간과 필요에 따라 조합이 달라지고요. 저희가 만든 형태 안에서 각자에게 맞는 사용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Q. 앞으로 새롭게 다뤄보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요?
특정한 제품을 정해두고 있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생활하면서 발견하는 질문을 하나씩 물건으로 풀어가고 싶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느낀 물건도 있고,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물건에 작은 디테일을 더했을 때 이전과 다른 사용법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무엇을 만들지 먼저 정하기보다 생활하면서 필요하 다고 느끼는 순간을 계속 살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하나씩 오래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도 저희에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Maker's Pick
쓰임 북커버

책마다 다른 두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한 날개를 적용한 공예가의 대표 제품. 발수 가공된 캔버스 원단을 사용하고 펜 한 자루를 꽂을 수 있는 펜꽂이와 가름끈, 밴드 등 실제 독서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을 담았다. 2017년 처음 선보인 뒤 다양한 판형과 색, 소재로 선택지를 넓히고 사용 과정에서 발견한 불편을 꾸준히 보완해 왔다. 여러 권의 책에 하나의 북커버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본 구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오래 사용할수록 원단이 부드러워지고 사용자의 흔적이 남는, 공예가가 말하는 ‘잘 쓰이는 물건’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Edit Dept - NEO LOCAL> COMING SOON!
다가오는 9월, 공예가를 <Edit Dept - NEO LOCAL> 팝업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26.9.17 - 30, 더현대 서울 B1 대행사장
fin.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GONGYEGA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𝗘𝗱𝗶𝘁 Seulgi Lee
쓰임에 알맞은 꼴을 찾아서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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