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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레이어

‘한국적인 것’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피스레이어의 답은 꽤 자유분방하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포도알을 채우던 기억도, 신라인이 빚은 작은 토우도, 논밭에서 보낸 여름도 모두 한국을 이야기하는 재료가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꺼내는 사람의 태도다. 피스레이어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재미에 깊이 빠져 만든 작업에서 한국 특유의 ‘흥’을 발견한다. 그렇게 모인 서로 다른 조각을 성수동의 ‘흥 아카이브’에 쌓아가고 있는 김청 대표에게 지금의 한국을 고르고 보여주는 방법을 물었다.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Piece Layer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피스레이어(Piece Layer)

2026년 1월 성수동에 문을 연 한국 문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한국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제작자와 브랜드, 아티스트의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자체 캐릭터 ‘토비’를 활용한 상품과 콘텐츠를 선보인다. 현재 50여 곳이 넘는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작업을 소개하며, 성수 매장은 1층 ‘사랑방’과 2층 ‘안채’로 운영한다. 신라시대 토우에서 출발한 토비는 피스레이어의 마스코트이자 ‘최고흥책임자(CHO)’로, 브랜드 협업과 자체 IP를 잇는 중심 캐릭터다. 라이즐, 마더그라운드 등과 토비를 활용한 협업을 진행했으며 누타입과 함께 한글 서체 ‘토비 굴림(Toby Gulim)’도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인 방문객이 박물관 밖에서 ‘지금의 한국’이
가진 오리지널리티와 감도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피스레이어는 동시대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편집숍으로 출발했습니다. 제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을 온전히 소장할 만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은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전통 유물을 모티프로 한 기념품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었지만 동시대 한국 창작자의 감각과 한국적 정서가 담긴 디자인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공간은 드물었거든요. 외국인 방문객이 박물관 밖에서 ‘지금의 한국’이 가진 오리지널리티와 감도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을 찾은 사람들이 피스레이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와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경험 역시 온라인 화면으로 접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했고요.


Q. ‘피스레이어(Piece Layer)’라는 이름에는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어떤 관점이 담겨 있나요?

흔히 한국 문화를 ‘비빔밥’에 빗대곤 하잖아요. 수많은 재료가 한 그릇 안에서 어우러지듯 한국 문화 역시 여러 유산과 동시대의 감각이 경계 없이 섞이는 다층적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스레이어’는 어느 날 직관적으로 떠올린 이름인데, 단어를 가만히 곱씹어 보니 수많은 문화의 조각(Piece)이 겹겹이 쌓여(Layer) 새로운 하나를 이룬다는 의미가 제가 만들고 싶은 한국 문화 편집숍의 방향과 잘 맞더라고요.


Q. 피스레이어가 제품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흥’을 꼽은 점이 재미있습니다. 어떤 작업에서 피스레이어다운 ‘흥’을 발견하나요?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창작자 본인이 오롯한 흥에 취해 만들어낸 결과물인가’입니다. K-컬처의 인기에 편승해 한국적 모티프를 흉내 낸 듯한 인상을 주는 제품은 입점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흥이 난다’는 건 타인의 시선이나 트렌드와 관계없이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몰입이에요. 그런 열정과 자발적인 에너지가 담긴 제품이어야 손님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자신만의 흥에 푹 빠져 만든 독창적인 결과물이 피스레이어가 보여주고 싶은 한국 문화의 에너지이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흥이 난다’는 건
타인의 시선이나 트렌드와 관계없이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몰입이에요.”


Q. 성수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을 직접 만나며 예상과 달랐던 반응도 있었나요?

지난 1월 오픈 이후 8개월 동안 약 3천 명의 외국인이 방문했고 1천 명 이상이 실제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동아시아 관광객이 주를 이룰 거라고 예상했는데, 현장에서 기록한 고객 데이터를 보니 중동과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오셨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브랜드 ‘아무개씨’의 <포도알 목표 달력>입니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포도알을 채우던 경험을 재해석한 제품이라 동아시아권에서 주로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나라의 손님이 직관적으로 구매했어요. 한 미국인 손님은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 스쿱을 채우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며 공감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가진 경험을 솔직하게 소개해도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Q. 과거의 문화와 풍습을 지금의 제품과 콘텐츠로 가져올 때 피스레이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과거의 문화유산을 박물관 유리장 안에 있는 형태 그대로 복제해 소개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신라의 토우와 조선의 선비를 조합한 마스코트 ‘토비’가 동시대의 흥을 찾아다닌다는 설정처럼, 과거의 소재가 지금 창작자의 손에서 어떻게 새로운 흥을 얻었는지가 중요해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소재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감각과 위트가 담겨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시대와 형태에 관계없이 창작자 고유의 시선과 즐거운 에너지가 개입되고,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주목합니다.


Q. 피스레이어의 마스코트 ‘토비’는 신라시대 토우에서 출발했습니다. 수많은 유물 가운데 토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장 솔직한 이유는 제가 토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웃음) 대학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면서 토우만큼 마음이 가고 정을 느낀 유물이 없었어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라면 마스코트도 오랜 역사를 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부 시절 좋아했던 신라시대 토우를 떠올렸습니다. 예전 KBS <역사스페셜>에서는 토우를 ‘신라인의 스냅사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정형화되지 않은 생생한 동세를 보면 당시 사람들의 삶이 상상됩니다. 저 역시 토우를 통해 삶을 유쾌하게 즐길 줄 아는 동시대 한국인의 생생한 흥을 담고 싶었어요. 초기 토우 모티프에 갓을 씌운 디자인은 디자인 스튜디오 민트컨디션의 제안이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토우 선비’를 줄여 ‘토비’라는 이름을 지었고, 지금은 피스레이어의 마스코트이자 CHO, 최고흥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성수 매장을 1층까지 확장하면서 ‘사랑방’과 ‘안채’라는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두 공간에는 각각 무엇을 담았나요?

처음에는 2층 30평 규모의 공간에서 50여 곳이 넘는 브랜드와 아티스트를 모은 ‘토비의 흥 아카이브’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같은 건물 1층 12평을 추가하면서 보도와 바로 연결되는 1층은 손님을 반갑게 맞는 ‘사랑방’, 2층은 큐레이션을 천천히 살펴보는 ‘안채’로 구성했어요. 사랑방에서는 토비 IP와 다양한 팝업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안채에서는 흥 아카이브를 밀도 있게 소개합니다. 1층의 기존 가벽도 한쪽은 토비 상설 쇼룸, 다른 쪽은 연출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팝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전국 각지의 로컬 브랜드와 아티스트를 이곳에서 꾸준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브랜드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오랫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와 삶이 누적된 ‘한반도 전체’입니다.”


Q. 브랜드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피스레이어가 바라보는 지역성은 서울이나 특정 도시라는 행정구역에 갇히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오랫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와 삶이 누적된 ‘한반도 전체’입니다. 고조선부터 한반도의 역사적 순간들을 관통하는 세계관을 가진 토비, 외할머니 댁의 봄나물이나 지방 논밭의 여름 모내기 같은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한국인의 기억,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창작자들이 피스레이어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바랍니다.


Q. 그렇다면 피스레이어가 생각하는 ‘좋은 로컬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인가요?

자신이 뿌리내린 터전과 삶의 정서에서 고유성을 만들어가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을 가져오는 방식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감각을 얼마나 자기답게 정제하는지가 중요해요. 그렇게 만들어진 고유한 이야기는 지역과 언어가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가닿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피스레이어 역시 한반도의 ‘흥’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발견하고 세계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Q. 이번 <에딧 뎁트: 네오 로컬>에서는 토비를 매개로 한 두 가지 협업을 처음 공개합니다. 어떤 제품인가요?

먼저 향 브랜드 라이즐과 진행하는 ‘사계절 흥내음’ 프로젝트의 가을 에디션 <가을걷이 디퓨저 오일>을 선보입니다. 봄의 ‘나물캐기’, 여름의 ‘모내기’에 이어 9월 추분에 맞춰 준비한 향이에요. 천안 외할머니 댁에서 봄나물을 뜯던 기억과 조치원 자취방 앞 논에서 보았던 여름 모내기처럼 제 삶에 남은 계절의 기억을 향으로 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패션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와 함께한 토비 에디션입니다. 토비의 형태에 변주를 주기 어려워 그래픽 작업에 고민이 많았는데, 마더그라운드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위트 있는 ‘상투 토비’가 탄생했습니다. 흙에서 영감을 얻은 두 브랜드가 만나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한글 서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동시대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앞으로 피스레이어의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보고 싶은 한국 문화는 무엇인가요?

한글 서체입니다. 피스레이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는데, 작품 속 한글 서체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 경험을 계기로 피스레이어의 방식으로 한글 서체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첫걸음으로 2026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타입 디자인 스튜디오 누타입과 협업해 오는 10월 한글날 ‘토비 굴림(Toby Gulim)’ 폰트를 선보입니다. 앞으로 매년 한글날마다 고전 한글 서체를 토비 IP로 풀어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한글 서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동시대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Maker's Pick

토비 봉제 인형


피스레이어의 ‘최고흥책임자(CHO)’ 토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 신라시대 토우에서 출발해 갓을 쓴 선비의 모습과 피스레이어 특유의 유머를 더한 캐릭터다. 김청 대표가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과 기존 고객 모두에게 주저 없이 추천한 제품이기도 하다. “가방에 토비 한 마리쯤은 달고 다녀보셔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대표의 말처럼 피스레이어가 오래된 문화에서 발견한 유쾌함을 작고 친근한 형태로 보여준다. 토비와 함께라면 만사형통 대신 ‘만사흥통(萬事興通)’이라는 것이 피스레이어의 설명이다.





<Edit Dept - NEO LOCAL> COMING SOON!

다가오는 9월, 피스레이어를 <Edit Dept - NEO LOCAL> 팝업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26.9.17 - 30, 더현대 서울 B1 대행사장


fin.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Piece Layer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𝗘𝗱𝗶𝘁 Seulgi Lee

세상을 널리 흥나게!

피스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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