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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미상의 의자들

소동호

골목과 상점 앞, 주택가에는 이름 없는 의자들이 있다. 낯선 형태와 색, 예상치 못한 쓰임으로 거리에 놓인 의자들이다. 산업디자이너 소동호는 2017년부터 이들을 관찰하고 수집해 왔다.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은 무심코 지나치던 의자를 통해 서울의 일상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디자인을 발견하는 기록이다.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

가구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소동호가 서울 곳곳에서 발견한 이름 없는 의자를 기록하는 프로젝트. 거리의 의자를 형태와 색, 재료, 쓰임,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관찰하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들여다본다. 2015년 을지로에 작업실을 두면서 기록을 본격화했고 2017년부터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오고 있다. 수백 점의 기록은 포스터와 전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소개됐으며 2024년에는 책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로 출간됐다.





“조금은 불친절한 도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모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가구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며 실험적인 의자 디자인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직접 의자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거리에서 발견한 이름 없는 의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의자에 관심이 많다 보니 유명 디자이너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좋아했어요. 특히 의자의 디테일을 찾아보는 것을 즐겼는데, 이름 없는 거리의 의자에서도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들이 발견되면서 기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은 2017년부터 서울의 골목과 상점, 주택가에 놓인 사제 의자를 기록해 온 프로젝트입니다. 처음 기록을 시작했을 때 어떤 의자에 눈길이 갔나요?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의자를 바라보는 기준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부터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거리의 의자도 간헐적으로 기록해 왔는데, 2015년 을지로에 작업실을 두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기록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나 색, 재료, 사용성처럼 흥미로운 요소가 먼저 눈에 들어왔죠. 기록을 이어가다 보니 이 의자들이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자라는 점에서 재미있거나 가볍게만 볼 수 있는 대상은 아니더라고요.



Q. 작가이면서 아카이빙과 디자인 큐레이팅을 이어가는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직접 만드는 일과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일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둘 다 집요하게 관찰하고 풀어내는 일이니까요. 작업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창작자이면서 기획자이다 보니 조금 더 넓게 보려고 하는 것 같고요.


Q.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에는 기성품을 고쳐 쓰거나 주변에서 구한 재료를 덧대어 사용자의 필요에 맞춘 의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의자에서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가구와는 다른 어떤 디자인의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버내큘러(vernacular)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전문적인 디자인 영역에서는 계획이나 기획에서 출발하는 반면 거리에서 발견되는 의자들은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보다 토속적인 성격을 띠어요.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내거나 꼭 필요한 부분은 손에 잡히는 재료로 덧대어 사용하죠. 일반적인 디자인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형되기 때문에 그 특징이 오히려 크게 부각되기도 해요. 이런 데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꼭 필요한 부분은 손에 잡히는 재료로 덧대어 사용하죠.”


Q. 서울의 여러 지역을 다니며 의자를 기록하다 보면 동네의 환경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직업에 따라 의자의 모습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지역과 의자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거리의 의자들은 생각보다 보편성을 띠어요. 서울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지방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도 않죠. 그런데 거리에서 일하는 주차관리원의 의자에서는 좀 특별한 점들이 보여요. 외부에서 장시간 일하다 보니 환경에 취약하거든요. 의자에 우산을 부착해 비나 눈, 햇빛을 가리기도 하고 분실 위험이 있거나 이동이 잦다 보니 작고 가볍게 만들기도 하죠. 철저하게 기능적이에요. 종로나 을지로, 동대문 주변을 지나게 된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보세요.



Q. 거리에서 발견한 의자를 촬영할 때 작가님이 세운 기록의 원칙이 있나요? 하나의 의자를 사진으로 남길 때 형태 외에 함께 살펴보는 것도 궁금합니다.

이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의자예요. 사진으로 기록할 때는 의자를 만지거나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 우선 주체인 의자만 빠르게 기록해둬요. 의자 자체가 특별할 때도 있지만 주변 환경과 의자가 만나 특별해질 때도 있고요.


Q. 수백 개의 의자를 모아보면 개별 사진을 볼 때는 알 수 없던 공통점도 드러날 것 같습니다. 기록이 쌓이면서 새롭게 발견한 서울 사람들의 물건 사용 방식이나 생활의 특징이 있나요?

안마의자나 소파를 길에서 마주했을 때, 혹은 중역의자나 게이밍 체어가 대로변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 생경함을 느껴요. 본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거리를 배경으로 이런 의자들을 볼 때면 더 그렇죠. 주차금지 용도로 의자를 활용하는 것도 특징적이고요. 이런 모습들이 현재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업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총괄 아트디렉터를 지냈는데, 당시 주제가 ‘서울에디션’이었어요. 그때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면 할수록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만 딱 떼어 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을 작은 단위로 축소해 가는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했어요. ‘서울 → 중구 → 을지로 → 산림동 → 스튜디오 → 나/우리’ 같은 식으로요. 저는 지역성이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실제로 살아가고 경험한 장소와 그 안에서의 일상이 작업에 담길 때 지역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성은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실제로 살아가고 경험한 장소와
그 안에서의 일상이 작업에 담기는 거죠.”


Q. 수백 개의 의자 사진을 한 장에 모은 첫 포스터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포스터를 오마주해 완성했습니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를 집대성한 이미지의 형식을 서울 거리의 사제 의자에 적용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체어 컬렉션 포스터는 의자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징적인 형식의 포스터예요. 같은 레이아웃을 이름 없는 거리의 의자로 채운 포스터는 원작을 오마주하는 한편 ‘모든 의자는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형식은 유머러스하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와 이름 없는 거리의 의자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꼬집고자 했어요.



Q. 2024년에는 오랫동안 모은 기록을 엮어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출간했습니다. 개별 사진과 한 장의 포스터로 보던 의자를 책의 순서와 지면 안에 다시 배열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관계가 있었나요?

포스터는 배경을 지운 누끼 이미지의 의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이 포스터의 원작과 형식을 알아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죠. 반면 단행본은 텍스트와 아카이브 이미지, 기록의 기준, 인덱스 등을 통해 프로젝트 전반을 살펴볼 수 있어 두 매체의 성격이 달라요. 책 표지에는 투명한 포켓을 부착해 의자 사진을 랜덤하게 넣었는데, 그래서 모든 책의 표지가 달라요.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하는 의자처럼 책에서 만나는 표지 속 의자도 우연한 만남이었으면 했어요.



Q. 이번 ‘에딧 뎁트: 네오 로컬’에서는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선보이나요? 이번 자리에서 특히 보여주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기존 포스터와 단행본과 함께 새로운 버전의 포스터와 스티커 굿즈를 선보여요. 이번 포스터는 기존 레이아웃과 형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디자인했어요. 스티커도 약 30종을 개별 제작해 마음에 드는 의자를 골라 선택할 수 있고요.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서울 거리에서 발견한 의자를 작은 기념품처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은 누군가 필요에 따라 물건을 고치고 다시 사용하는 과정과 그 흔적을 기록합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생활 속 디자인에서 서울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나요?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매력적인 건 전통과 현대, 자연과 건축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의 공공디자인이 편리하고 유용하면서도 정돈된 디자인으로만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면 시각적 피로도가 높을 거예요. 조금은 불친절한 도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모습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통해 서울의 흥미로운 이면을 발견하고 기록하고자 해요.



Q. 2017년부터 같은 대상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서울의 모습도 계속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요즘 들어 꾸준히 기록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싶어요.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이어왔지만 하나의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환경이 변해도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요.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늘 숙제여서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Maker's Pick

국민대학교 앞에서 발견한 의자, 2015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기록하며 만난 수많은 의자 가운데 소동호 작가가 한 점을 골랐다. 국민대학교 정문 앞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발견한 것으로, 등받이와 다리 두 개가 없는 채 붉은 벽돌 담장과 철제 펜스 사이에 걸쳐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놓여 있어 처음에는 지나쳤다가 다시 뒤돌아봤다고. 익숙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이 이어온 시선을 보여준다.





<Edit Dept: NEO LOCAL POP UP> COMING SOON!

다가오는 9월,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을

<Edit Dept - NEO LOCAL POP-UP> 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26.9.17 - 30, 더현대 서울 POP-UP ICONIC B1


fin.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Dongho So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𝗩𝗶𝗱𝗲𝗼 herehear

𝗘𝗱𝗶𝘁 Seulg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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