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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오래 담는 그릇
버터앤어니언
한국다운 그릇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버터앤어니언(Butter&Onion)은 그 질문을 우리 식탁에서 풀어냈다. 해외 프리미엄 테이블웨어를 국내에 소개해 온 브랜드는 종이컵의 곡선과 컵밥 용기의 주름, 김통의 비율처럼 너무 익숙해 지나쳤던 생활용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자체 컬렉션 리:폼(RE:FORM)은 그 형태를 도자로 다시 빚는다. 과거의 전통을 재현하는 대신 오늘의 식문화를 담아내는 그릇. 버터앤어니언 김재일 대표에게 지금, 가장 한국다운 로컬을 만드는 방식을 물었다.

버터앤어니언(Butter&Onion)
해외 프리미엄 테이블웨어를 국내에 소개하며 다이닝 문화를 제안해 온 브랜드. 독일의 헤링 베를린(Hering Berlin), 바우셔(Bauscher), WMF Professional, 포르투갈의 코스타 베르데(Costa Verde) 등 세계적인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며 레스토랑과 호텔,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다이닝 공간에 식기를 선보여 왔다. 자체 컬렉션 리:폼(RE:FORM)은 종이컵과 컵밥 용기, 김통 등 한국 식탁의 일상적인 생활용품에서 형태적 모티프를 얻어 도자로 재해석하며, 동시대 한국 식문화를 담은 테이블웨어를 전개하고 있다.
“눈에 띄기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존재,
전체를 묵묵히 받쳐주는 역할을 브랜드 이름에 담았습니다.”
Q. 버터앤어니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국내 식탁에 어떤 테이블웨어를 선보이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요리의 완성은 결국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니까요. 해외의 좋은 테이블웨어를 가까이에서 다루며 그 사실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그릇이 음식을 담는 도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버터앤어니언은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화려한 제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식탁의 분위기와 음식, 공간까지 함께 완성하는 그릇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매일의 식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제안하는 것이 버터앤어니언의 시작이었습니다.
Q. 요리의 기본 재료인 버터와 양파에서 가져온 ‘버터앤어니언’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으셨나요?
버터와 양파는 많은 양식 요리의 시작을 여는 재료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둘이 빠지면 요리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죠. 그릇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식탁의 주인공은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결국 그릇입니다. 눈에 띄기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존재, 전체를 묵묵히 받쳐주는 역할을 브랜드 이름에 담았습니다.

Q. 버터앤어니언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도 사용하는 해외 테이블웨어를 국내에 소개해 왔습니다. 여러 제품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쌓은 안목은 자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미쉐린을 비롯한 여러 파인다이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셰프들은 음식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낯선 형태를 찾기보다, 익숙한 형태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굴 껍질을 닮은 그릇이나 달걀 껍질을 활용한 플레이팅도 그런 발상에서 시작됐죠. 그 경험은 리:폼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종이컵과 김통, 컵밥 용기처럼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지나쳤던 형태를 가장 오래가는 재료인 도자로 옮기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일회용이라는 것이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모양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버려지는 물건은 오래 사용하는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일회용이라는 건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의 문제입니다."
Q. 해외 테이블웨어를 선별해 소개해 오던 버터앤어니언이 자체 컬렉션 ‘리:폼’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좋은 그릇을 오래 소개하다 보니 언젠가 우리 식탁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해외의 완성된 테이블웨어를 소개하는 일도 의미 있었지만, 우리 식탁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을 그릇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점차 커졌습니다. 그래서 시선은 멀리 두기보다 우리 일상에 밀접한 사물을 다시금 들여다봤습니다. 종이컵의 곡선, 컵밥 용기의 주름, 김통의 비율처럼 늘 가까이 있었지만 금세 버려지는 생활용품이 리:폼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너무 평범해서 지나쳤던 것에도 우리 식문화만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수많은 생활용품 가운데 새롭게 만들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기준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을 오래 사용하는 그릇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형태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일 때 비로소 사람들이 익숙한 형태를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쓰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 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얼마나 닮았는가'였습니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지만 쉽게 버려지는 것들, 김통과 컵밥 용기는 그 기준에 가장 잘 맞는 형태였습니다.
“도자가 작품처럼 보이면 리: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종이컵은 종이컵처럼, 김통은 김통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Q. 가볍게 사용하고 버리는 용기의 형태를 오래 사용하는 도자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형태와 쓰임을 구현하며 겪은 제작상의 어려움도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익숙함을 훼손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도자로 만드는 순간 작품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리: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종이컵은 종이컵처럼, 김통은 김통처럼 보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원형의 곡선과 비율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는 얇고 가벼운 일회용의 인상을 단단한 도자로 구현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두께가 조금만 달라져도 우리가 알던 생활용품이 아니라 또 다른 도자기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초기에는 슬로건을 전사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형태 자체가 가장 잘 드러나도록 덜어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Q. 브랜드에 가장 짙게 반영된 지역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거창한 전통보다 지금 이곳의 평범한 하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폼이 다루는 김통과 컵밥 용기, 종이 달걀판은 대부분 한국의 식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생활용품이죠. 저는 지역성을 과거에서 만 찾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쓰고 버리는 것들 안에도 이미 우리만의 생활 방식과 문화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로컬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인가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화제가 되는 것보다 일상 속에 오래 남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함께 지속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시장과 동떨어져 있으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가치와 사용하는 사람의 공감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로컬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지역다운 이야기를 담을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가장 우리다운 것이 결국 가장 깊이 있게 공감을 얻는 힘을 지닌다고 여깁니다.
“로컬은 지나간 시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에딧 뎁트: 네오 로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행사를 소개하는 문구를 처음 봤을 때 깊이 공감했습니다. 로컬을 전통이나 'K-'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각자의 문화적 맥락에서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리:폼 역시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과거를 복원하기보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생활의 풍경을 오래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Q. 이번 행사는 로컬을 과거의 전통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오늘의 창작으로 연결하는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이러한 기획 취지와 리:폼이 맞닿아 있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리:폼은 전통을 재현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 손에 가장 익숙한 형태에서 출발합니다. 종이컵의 곡선, 김통의 비율, 컵밥 용기의 주름처럼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을 가장 오래가는 재료인 도자로 옮깁니다. 로컬은 지나간 시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리:폼과 <에딧 뎁트: 네오 로컬>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제품과 컬렉션이 확장되더라도 버터앤어니언이 오래 지켜가고 싶은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안목입니다. 많은 것을 보여주는 브랜드보다 잘 골라내는 브랜드이고 싶습니다. 요리와 공간을 함께 완성하는 그릇인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용하게 될 물건인지, 늘 그 기준으로 선택해 왔습니다. 리:폼 역시 같은 기준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제품과 컬렉션이 더 확장되더라도 그 기준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Maker's Pick
도자기 김통


리:폼의 철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제품이다. 김통은 식탁 위에서 가장 익숙한 생활용품 가운데 하나지만,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려진다. 리:폼은 형태를 바꾸지 않고 재질만 도자로 옮겼다. 김이 가장 맛있어 보이는 원래의 비율과 투명한 통이 주는 인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일회용의 쓰임을 오래 사용하는 그릇으로 확장했다. 버려지는 형태를 가장 오래가는 재료에 담아 오늘의 한국 식문화를 기록하려는 리:폼의 발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Edit Dept - NEO LOCAL> COMING SOON!
다가오는 9월, 버터앤어니언을 <Edit Dept - NEO LOCAL> 팝업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2026.9.17 - 30, 더현대 서울 B1 대행사장
fin.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𝗲 Butter & Onion
𝗜𝗻𝘁𝗲𝗿𝘃𝗶𝗲𝘄𝗲𝗿 Seeum Kim
𝗘𝗱𝗶𝘁 Seulgi Lee
오늘을 오래 담는 그릇
버터앤어니언
Local



